
1994년 개봉한 영화 『인터뷰 위드 뱀파이어(Interview with the Vampire)』는 고전 뱀파이어 영화의 판도를 바꾸어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앤 라이스(Anne Rice)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흡혈귀 이야기를 넘어, 삶과 죽음, 영원한 시간 속에서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리는 감성적 고딕 드라마다. 무엇보다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라는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뱀파이어로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고, 그들의 명연기와 대비되는 캐릭터성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이 영화는 공포나 스릴보다 서정성과 미학,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질문을 중심에 두며, 그 자체로 뱀파이어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작이 되었다. 본 글에서는 ‘다시 보는 명작’이라는 시점에서 이 영화가 왜..

영화 『미드소마(Midsommar, 2019)』는 공포영화의 전통적 공식을 완전히 거스르는 독특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호러 장르는 어둠, 폐쇄 공간, 갑작스러운 사운드 등을 통해 관객에게 긴장감과 불안을 주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다. 『미드소마』는 새하얀 햇빛 아래, 초록 들판과 꽃으로 가득한 북유럽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잔혹하고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한낮의 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 특히 애리 애스터 감독은 밝고 평화로운 이미지로 구성된 장면 속에 심리적 불안과 고립, 관계의 해체를 세밀하게 삽입함으로써 관객에게 기존 공포영화보다 더욱 강렬한 불쾌감을 선사한다.한낮의 햇살 아래 숨어 있는 불안: 조명과 색채의 반전『미드소마』의 첫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푸른 하늘, 하얀 의상, 형형색색..

2019년 개봉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영화 『샤잠!(Shazam!)』은 슈퍼히어로 영화가 가져야 할 진지함이나 철학적 메시지를 벗어나, 유쾌함과 따뜻함으로 무장한 이색적인 작품이다. 기존의 DC 영화들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강조해왔다면, 『샤잠!』은 전혀 다른 노선을 선택한다. 이 영화는 미국식 가족 코미디의 정서를 슈퍼히어로 장르와 절묘하게 결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히어로 영화로 탄생했다.특히 10대 소년이 갑자기 어른 슈퍼히어로가 되는 설정은 고전적인 판타지와 현대적인 유머를 동시에 아우르며, 청소년 성장 영화의 요소도 자연스럽게 담고 있다. 여기에 가족이라는 테마가 핵심 서사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히어로물 이상의 감동과 의미를 선사한다. 이번 글에서는 『..

뮤지컬 영화의 고전이자 감동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작품, 바로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2012)』이다.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하고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인간의 구원과 용서, 혁명, 희망을 주제로 삼은 웅장한 서사극이다.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2024년 현재,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단지 배우들의 열연이나 뮤지컬 넘버 때문이 아니라, 팬데믹과 전쟁, 경제 불황 속에서 ‘사람다운 삶’에 대한 갈망이 깊어진 지금, 레미제라블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뮤지컬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실황 녹음의 충격『레미제라블』이 뮤지컬 영화로서 독보적인 이유..

2014년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은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를 넘어, 인간과 유인원이라는 두 지적 존재의 갈등을 통해 진화, 문명, 권력, 공존에 대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두 번째 리부트 작품인 이 영화는, 전작에서 시작된 유인원의 지능화와 인간 문명의 붕괴 이후의 혼돈을 배경으로, 종(種)의 대립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이 글에서는 『반격의 서막』을 중심으로, 혹성탈출 시리즈가 어떻게 진화론적 메시지를 영화에 녹여내며, 권력과 갈등, 나아가 ‘문명’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체하고 재구성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유인원의 진화: 단순 생물에서 사회적 존재로영화는 시저(Caesar..

2009년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은 외계인을 다룬 SF 장르이지만, 단순한 외계 생명체의 침공이나 기술적 스펙터클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택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인간과 외계인의 갈등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리얼하게 묘사하며, 인종차별, 계급, 이주민 문제 등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서 주목을 받았고, 비교적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을 거두며 SF 명작 반열에 올랐다. 이번 글에서는 ‘디스트릭트 9’이 왜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인지, 외계인이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사회의 민낯을 어떻게 드러냈는지를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