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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전 세계의 고대 유적과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모험영화의 대명사로,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아왔다. 2023년 개봉한 시리즈 5편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연출을 가미한 새로운 어드벤처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실제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도시와 유적지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운명의 다이얼》의 핵심 촬영지였던 모로코, 영국, 그리고 유럽 전역의 명소들을 중심으로 영화 속 모험의 무대를 분석하고, 그 공간들이 서사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살펴본다.
이국적인 풍경의 대명사, 모로코의 역할
《운명의 다이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모로코의 페스(Fès)와 탕헤르(Tangier) 지역이다. 모로코는 이 시리즈에서 자주 사용된 촬영지이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과거 시리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모험의 서사 중심에 배치되었다.
모로코의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어, 추격전과 숨어드는 장면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탕헤르 시장가에서 펼쳐지는 바이크 추격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이 장면은 고대 도시의 복잡한 구조와 현대 액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들에게 혼돈과 긴장의 현장을 사실감 있게 전달한다.
또한 모로코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60년대 말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도시 건축과 문화적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스크린 속 배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이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장치다. 모로코의 햇빛, 거리의 소음, 사람들의 복식, 건축물의 색감 등은 관객을 현실과 영화의 경계에 서게 만든다.
이국적인 풍경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서, 인디아나 존스가 항상 낯선 문화 속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고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모로코는 단지 배경이 아닌, 인디의 심리적 여정을 반영하는 ‘이야기의 일부’로 작동한다.
스튜디오와 고풍 도시의 조화, 영국 촬영지
《운명의 다이얼》의 또 다른 핵심 촬영지는 영국이다. 특히 파인우드 스튜디오(Pinewood Studios)와 스코틀랜드 국경 부근의 시골 마을들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는 데 활용되었다. 영국의 고성이나 오래된 철도역은 고대 유물을 추적하는 모험 서사의 고전적 톤을 살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특히 시퀀스 초반의 독일 배경, 즉 과거 회상 장면은 대부분 영국 내 세트장에서 재현되었다. 제작진은 CGI보다는 실제 세트와 로케이션을 적극 활용하여 아날로그적 질감을 극대화했다. 이는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실감 나는 모험 감각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영국 촬영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기후와 조명이다. 흐린 하늘과 차가운 톤의 자연광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특유의 어두운 긴장감과 잘 어울린다. 특히 유럽 전쟁 시대를 묘사한 부분이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씬에서는, 영국 특유의 무채색 풍경이 몰입감을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영국은 또한 철도, 기차역, 고성, 산림 등 다양한 지형적 요소를 한 나라 안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 효율성과 미장센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였다. 이처럼 영국은 《운명의 다이얼》의 시공간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중심 축으로 기능했다.
유럽 전역을 넘나드는 고전 모험의 발자취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전역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이는 시리즈 전체의 전통을 잇는 요소이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고전 모험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치다. 특히 이탈리아 시라쿠사(Syracuse)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장면의 배경이 되며, 시간과 역사, 신화가 뒤엉키는 핵심 공간으로 작용한다.
시라쿠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유산이 혼재된 도시로, 운명의 다이얼(Archimedes Dial)이라는 가상의 유물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는 데 완벽한 무대였다. 고대 유적 위에서 펼쳐지는 결투, 지하 동굴 속의 추적 장면 등은 실제 유적의 공간감을 그대로 활용하여, CG보다 훨씬 몰입도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스페인의 카사레스(Casares)나 마요르카(Mallorca) 같은 지역은 탁 트인 풍경과 이국적 분위기를 통해 영화적 스케일을 확대시켰다. 헬리콥터 추격신이나 절벽 위의 장면은 단지 액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험의 본질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라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핵심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유럽 전역을 넘나드는 촬영지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디의 여정이 공간을 통해 감정과 연결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각 도시와 유적지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시간의 층위’와 ‘역사의 잔재’를 상징하며,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과거로, 또 현재로 움직이며 스토리를 경험하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은 단순한 어드벤처가 아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인류의 탐험 이야기다. 모로코의 뜨거운 골목, 영국의 차가운 성, 이탈리아의 고대 유적 등은 단지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라, 영화가 품고 있는 모험정신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핵심 요소다. 이 영화의 촬영지는 인디아나 존스가 찾고자 했던 ‘진실’처럼,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전적 모험 영화의 감동은, 바로 이 실재하는 공간들에서 태어난다. 영화를 다시 보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싶다면, 그 무대가 된 ‘실제 장소들’에 주목해보자. 진짜 모험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